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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게임을 즐기다 지각하는 학생은 커서 개발자가 되고..
개발자에게 미라클 모닝은 “그림의 떡”과 같다. 왜 그럴까? 개발자는 필연적으로 밤과 친해서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정설이다. 개인의 이야기를 개발자 전체로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글쓴이 본인의 이야기로 왜 개발자에게 미라클 모닝이 어려운지 풀어보겠다. 개발자 전체의 이야기가 아니고, “지나가는 개발자 1”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읽어주시면 좋겠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는 꽤 말 잘 듣는 학생이었다. 일단 모범생의 기본인 안경 착용과 약간의 여드름(?) 수더분한 모습 모두 모범생 룩을 가지고 있었다. 공부도 잘은 아니지만 열심히 했다. 그런데도 자주 늦는 편이었는데, 당시 유행하던 스타크래프트(그 외 많은 게임들..)를 하느라 늦게 자는 일이 많았다. 아직도 그 버릇은 고치기 어려운지, 밤에 게임을 하고 있으면 명상하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어찌저찌 대학 입학, 졸업, 취업을 했다. 나름 열심히 했지만, “회사원” 일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고 동기부여가 부족했다. 뭔가 삶의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평소에 좋아하던 컴퓨터 관련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개발자로 전향했다. IT 교육 스타트업에서 교육과 개발을 병행했는데, 우선 두 직무 병행이라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었고 개발로서는 첫 경력이었기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개인 시간을 들여 구글링, 공식 문서를 열심히 읽어야 했다.
팀플에서 발표자를 곧잘 했던게 영향이 있었을지, 교육은 열심히 하니 성과가 괜찮았다. 중간관리자로서 인사 평가가 거의 만점이었다. 회사에서는 교육 쪽에 좀 더 힘을 싣기를 원했고, 교육에 집중하는 시간이 좀 더 많다 보니 개발을 개인 시간에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한을 맞춰야 하는 일이 많이 생겨 새벽에 개발하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그렇게 새벽 5시에 자고 9시에 일어나서 겨우 10시까지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늘어나다 보니, 더욱 아침과 멀어졌다.
이런 스토리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개발자분들은 더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게임 업계의 “크런치 모드”, “백엔드 철야” 키워드로 검색하다 보면 쉽게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젊음을 갈아 개발한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것 같다. 이런 새벽 코딩 문화가 나랑 잘 맞는 것 같기도 했는데 솔직히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와이프와 아침에 인사도 못 하고 맨날 자는 모습만 보여주는 게 좀 짠하기도 하고 IT 업계 외 사람들은 이런 어려움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게으르다”라는 소리도 많이 듣는다.
이처럼 많은 개발자에게 미라클 모닝은 “그림의 떡”같은데, 그중 하나인 내가 미라클 모닝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다.
갑자기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어진 계기
최근 일을 잠깐 쉬면서 발리에 다녀왔다. 남들 다 한다는 1달 살기, 노마드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이 있어서였다. 발리는 1년 내내 20도 이상, 햇살이 아침에 내리는 정말 휴양지다운 곳이고 아름다웠다. 나는 특히 우붓을 좋아했는데, 그냥 조금 좋은 게스트 하우스에 묵었는데도 아침 뷰가 너무 좋았고 조용했다.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 (혼자 있으니 약간 외롭기도 했지만)
발리에서 돌이켜보니, 나는 나를 위해서 뭘 한적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학교에서는 과제를 열심히 했고, 회사에서는 일을 열심히 했는데.. “나”에게 해준 건 없었다. 나는 회사의 소문난 워커홀릭이었다. 일에 나를 동기화했고 원래 다 그렇게 사는 것인 줄 알았다. 회사에서는 박수를 쳐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3년을 일하고, 나이도 들다 보니 몸도 점점 이상해지고 정신도 탁해졌다. 그 모습을 발리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후 나에게 투자를 좀 더 하기로 결심했다. 그 투자의 시작이 바로 아침 루틴, 미라클 모닝이었다. 내 비전과 방향성을 시각화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햇빛도 보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다. 작년 12월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약 50일을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아침 루틴을 진행하고 있다. 자기 계발 유튜버처럼 아침 4시에 일어나서 화려한 루틴을 하는 것은 아니라 부끄럽지만, 글쓴이 본인에게는 엄청난 일이었다. 만약 나와 같이 아침에 정말 일어나기 힘들고 고민이 많은 분이 있다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미라클 모닝 성공을 위한 방법
- 목표가 같은 사람들과 함께하기
- 잘 했는지 스스로 메타인지 하기
- 쉽게 할 수 있는 것 부터 하기
첫 시작은 8시
8시 미라클 모닝 한다고 하면 비웃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8시에 일어나는 것도 참 힘들었다. 원래는 혼자서 8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려고 했다. 당연히 실패했다. 어렸을 때 부터 일관적으로 못 일어나던 사람이 갑자기 일찍 일어날 리가 없다. 2주쯤 지나니 주변 사람들도 내 미라클 모닝에 관한 의지를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든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했다.
이 때 “동기부여”, “도파민 디톡스”, “미라클 모닝” 관련 책과 유튜브를 꽤 많이 봤다. 여러 책과 영상에서 일관적으로 주는 메시지가 있었다. 주변 환경을 바꿔라.
주변 환경을 목표 달성을 위해 전부 바꾸라는 의미다. 좋은 목표를 가진 분들과 함께 하는 모임을 찾고는 싶었는데.. I 여서 그런지, 뭔가 누구를 직접 만나고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다소 에너지 소모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온라인 형태의 미라클 모닝 스터디 그룹을 찾게 되었다.
”8시 미라클 모닝”도 가능한 스터디
애석하게도 미라클 모닝이라고 하는 분들은 최소 5시에 일어나는 분들이 많고, 그 정도 되어야 일찍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스터디를 찾아보면 7시 이후에 일어나는 스터디는 찾기 어렵다.
체감상 나에게 7시는 다른 사람의 5시이기 때문에 기상 시간이 유연한 스터디를 찾게 되었다. 이 스터디 운영자분은 30회 이상 스터디를 진행하셨고, 원래 교육을 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표현이 부드러우시고 부담스럽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다. 혹시 관심이 있으신 분이 가입하실 수 있게 아워해빗 미라클모닝 스터디 링크첨부한다.
스터디 형식은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치약 묻힌 칫솔 사진을 업로드하고 (1차 인증), 이후에 1시간 반 내로 모닝루틴 (2차 인증) 하는 모습을 찍어서 올리면 된다. 단순하다고 쉽진 않다. 고백하자면 첫 달은 사진 찍고 책상에서 졸던 일이 허다했다. 인증 겨우 다 마치고 그냥 소파에서 자버린 적도 있다. 그렇지만 정말 이른 아침에 일어나서 인증하시는 분들을 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자극도 받을 수 있었다.
1주일에 대한 피드백을 통한 메타인지
운영진이 부지런하게 매주 진행 상황도 공유해 주시고, 피드백을 작성하면 참가비 일부를 적립금 형태로 D/C 해주기도 한다. 오래 운영을 해오신 분이라서 그런지, 참여자는 인증만 잘 하면 되게 배려가 잘 되어있다.
교육업계 경력자로 짧게 생각을 남기자면, 이렇게 자기 자신에게 피드백을 남기는 행동은 결국 메타인지
와 관련이 있다. 교육에서의 메타인지는 어떻게 수강생이 본인의 상황을 잘 인지하고 더 좋은 학습 방법을 고민하는지에 방점이 찍혀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피드백을 적는 행위는 자기 자신에 대해 충분히 메타인지를 할 수 있어 목표 달성에 분명 도움이 된다. 미라클 모닝에 성공할 수 있게 잘 짜여진 동기부여 장치라고 생각했다. 메타인지에 대한 주제를 여기서 길게 다루긴 어려워서 좋은 영상을 공유하고 넘어가겠다.
”느슨한 결합, 느슨한 연결”
사실 나는 이런 오픈 채팅방에서 뭔가 모임을 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게 썩 편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모여서 같이 해내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다. 사실 극T라서 뭔가 감동 포인트는 잘 모르겠지만.. 다른 스터디원분들이 “전우애가 생긴다”는 표현을 해주셨다.
이 모습을 보고 개발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 중 하나인 “느슨한 결합”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대략 설명하면, 하나의 코드 덩어리에 너무 많은 기능을 꾸겨 넣으면 이 코드 덩어리를 수정할 때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Side Effect)이 많이 생긴다. 느슨한 결합은 위와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각 컴포넌트의 역할을 줄여 작은 기능에 집중하게 하고, 그런 컴포넌트 여러 개를 적절히 “느슨하게” 결합해 큰 기능을 구현하는 개발 방법론이다.
미라클 모닝 스터디도 마찬가지다. 이 스터디는 오픈 카톡방에 모여서 아침 인증하고, 1주일에 1번 피드백을 남기기만 하면 되는 아주 단순한 기능을 한다. 아마 오프라인 모임도 있고 더욱 철저한 규칙이 있었다면 “강력한 결합”이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런 단순하지만, 확실한 기능이 필요했다. 나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어 부담도 없고, 시작하기도 편했다. 오프에서 모여서 모임도 하고 친분도 나누고 했으면 아마 나의 집중력을 빼앗아서 더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현실에서의 느슨한 결합을 실천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느슨하게 연결되었을 뿐인데, “전우애”도 느낄 수 있다니 금상첨화다.
처음에는 쉬운 루틴부터
스터디 이야기를 꽤 오래 했는데, 미라클 모닝을 하려는 본인에게 필요한 내용도 짧게 적어보겠다. 아침에 너무 거창한 루틴을 하기 보다는 간단한 루틴을 하기를 추천한다. 나도 첫 목표는 알고리즘 강의 듣고 개발 학습하는 게 목표였다. 아쉽게도 나는 아침에 정말 정신을 못 차린다. 밥 먹으면서 졸기도 하고, 10시~11시는 되어야 기상하는 경우도 많아서 이런 어려운 모닝 루틴은 나에게는 무리였다. 그래서 점차 루틴을 나에게 좀 더 쉬운 루틴으로 바꿨다.
나의 경우는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양치를 하고 샤워를 한다. 그다음 아침 시각화를 먼저 한다. 전날 적어둔 계획을 보면서 오늘 하루는 어떻게 잘 보낼지 머릿속에 그린다. 이 정도만 해도 어느 정도 몸도 깨고 정신도 깨서 다음 스텝을 하는 게 어렵지 않다. 나의 경우, 자기 개발 관련 서적을 짧게 읽으면서 책 내용을 따로 메모하거나 떠오르는 생각을 메모한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메타인지 효과를 의도했다. 특히 자기 개발 책은 읽다 보면 현재 내 상태가 어떤지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되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도 좋았다.
시작이 반이다.
..라는 진부한 표현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이렇게 아침 루틴, 미라클 모닝을 어찌저찌 해나가고 있지만 나도 아직 아침에 일어나서 뭔가를 하긴 하는데, 100% 생산적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적어도 이제 아침에 와이프가 출근할 때 인사 정도는 할 수 있고, 하루를 얼추 계획하고, 아침에 책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이 정도로도 만족하고 행복하다. 어제보다 조금은 나아졌다.
혹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 특히 개발자분들이 있다면 꼭 새벽 4~5시에 일어나야 미라클 모닝인 것이 아니고, 아침에 잘 일어나고 햇살 받으면서 모닝 루틴만 어떻게 한다면 성공한 것이니 늦게 일어나도 아침에 루틴을 지켜보는 것은 도전해 보셨으면 한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아침에 자신만의 시간을 꼭 가져보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